얼마전 '장사의 신' 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극중 매월 역의 김민정 이 울부짖듯 애닳는 마음으로 장혁에게 읊어주는 한편의 시를 듣게 되었는데, 금나라 때 시인 원호문(元好問) 의 매피당 중 안구사(雁丘詞) 라는 시 의 일부분 이다.  함께 하고 싶지만 함께 할수 없는 아픈 마음을 노래 하는 시 여서 인지 더욱 가슴 한켠에 남는 시 이다.


<출처:장사의 신 21회 - 김민정> 


안구사(雁丘詞) 원호문(元好問)


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문인간 정시하물 직교생사상허)

(세상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끊임없이 생사를 가르게 하는가?)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남지북 쌍비객 노시기회한서)

(천지간을 가로질러 날으는 저 새는 늙은 날개로 몇번의 추위와 더위를 보냈을까.)


歡樂趣 離別苦 是中更有癡兒女 (환낙취 이별고 시중갱유치아녀)

(만남의 기쁨은 잠시 뿐 이별은 괴로운 것 그 고통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네.)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幕景 隻影爲誰去 (군응유어 묘만리층운 천산막경 척영위수거)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구만리 높은 구름 온산에 낙조가 물들 때 짝 잃은 외로운 그림자로 어찌 홀로 날아가랴.)


橫汾路 寂寞當年蕭鼓 荒煙依舊平楚 (횡분로 적막당년소고 황연의구평초)

(큰강을 건너가는 길, 한 무제의 퉁소소리 북소리는 이제 적막하고 황막한 대초원은 의구한데.)


招魂楚些何磋及 山鬼自啼風雨 (초혼초사 하차급 산귀자제풍우)

(초혼가를 부르며 한탄한들 무엇하랴 산귀신은 부질없이 울며 비바람 친다.)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천야투 미신여 앵아연자구황토)

(하늘도 질투하는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가. 꾀꼬리 제비도 다 같이 황토에 묻혔네.)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 위류대소인 광가통음 내방안구처)

(천추 만고의 일은 시인에게 맡겨두고,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가리.)


이시는 원호문이 병주 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에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사람이 "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습니다." 라고 하자, 원호문은 이 기러기들 에 감동을 받아 죽은 기러리 한쌍을 사서 분수(汾水)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 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라 불렀으며 이를 애도하는 뜻으로 '안구사' 라는 시를 지어 자신의 시집 매피당 에  전해 지고 있습니다. 



원호문 의 안구사는 '장사의 신' 보다 먼저 김용의 영웅문 3부작 중 2부인 '신조협녀' 에서 먼저 인용이 되었습니다. 2부 신조협녀는 테마가 '정' 이듯이 당시대 스승과 제자간 의 금기된 사랑얘기를 다룬 소설로 유명한데 여기서 스승인 소용녀 사저인 이막수 가 젊은시절  정을 준 남자를 잊지못해 악녀가 되어 버리면서 항상 '안구사' 를 부르며 다니고 , 마지막까지 이 시를 부르며 끝내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출처:신조협녀2015-이막수>


 안구사 에서 나오는 기러기쌍 이나 매월, 이막수 에서 보듯이 정이란 무엇인지? 생사를 가른다는 표현이 참 가슴을 한켠으로 아리게 만드는 표현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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